
왕사남을 본 뒤 박지훈 배우님이 궁금하여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연기력을 지난 아티스트를 이제 알게 된 게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찾아본 것이 너무 잘한잉리다 싶었습니다.
다만 이 약한 영웅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통쾌함보다 허무함이 먼저 남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 학원 액션물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주는데, 이 작품은 승리의 쾌감 대신 관계의 파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연시은은 싸움에서 이길지 몰라도 인간관계에서는 계속 잃어가고, 저는 그 지점이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범생이자 전교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연시은은 조용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학생입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괴롭힘 속에서 그는 물리적 힘이 아닌 계산과 관찰을 통해 상대를 제압합니다. 책상 모서리 연필 프레임 스마트폰 케이스 등 주변 사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약자의 방식으로 싸웁니다. 그 과정에서 안수호 오범석과 관계를 맺으며 우정이 형성됩니다. 그러나 열등감과 불안이 누적된 오범석의 선택은 세 인물의 관계를 균열시키고 결국 비극적 결말로 이어집니다. 단순한 폭력 응징극이 아니라 감정의 파열과 관계의 붕괴가 핵심 축입니다.
제가 특히 인상적이라고 느낀점은, 이 드라마는 폭력을 ‘문제 해결 방식’으로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은의 전략적 싸움은 멋있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감정의 고립이 있는데, 그는 점점 더 계산적이고 차갑게 변해갑니다. 저는 (마치 브레이킹 배드를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 그를 응원하면서도 동시에 걱정하게 되었고, 이 양가감정이 작품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범석이라는 인물은 더 불편합니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열등감과 인정 욕구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그가 선택을 잘못할 때 저는 분노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지점이 이 드라마를 단순한 학폭물에서 심리 드라마로 끌어올렸던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저에게 던졌습니다. 약함은 무엇인가. 신체인가 감정인가 사회적 위치인가? 우리는 강해지고 싶은가 인정받고 싶은가? 관계에서 무너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 작품에서 정의하는 진짜 '약함'은 신체적 왜소함이나 가난한 환경이 아니라 '내면의 공백'에서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은은 신체적으로 약하지만, 지키고 싶은 선(공부, 친구)이 분명하기에 단단한 반면 범석은 사회적 위치(국회의원 아들)는 높지만, 자존감이 텅 비어있어 타인의 시선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가장 '약한' 존재로 묘사되죠. 결국 약함이란 자기 자신으로 서 있을 힘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범석과 더 가까운 사람 같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하게 된 생각은, 우리는 흔히 강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욕구(인정)'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데, 수호는 이미 강하기에 누군가의 인정에 목매지 않습니다. 하지만 범석은 강해지려는 이유가 오직 '무리에 섞이고 인정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강함은 수단이고, 인정은 목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계에서 무너지는 순간은.. 가장 비극적인 순간은 주먹에 맞을 때가 아니라, '선의가 왜곡될 때'입니다.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 비수(동정이나 무시)로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는 파국을 맞습니다. 열등감이 신뢰를 잡아먹을 때, 어제의 유일한 편이 오늘의 가장 잔인한 적이 됩니다. 내가 가장 밑바닥일 때 내민 친구의 손이 '구원'이 아닌 '증명(나는 너보다 못하다)'으로 느껴지는 그 찰나가 관계가 무너지는 기점입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너를 정의하는 것은 너의 배경인가, 아니면 네가 선택한 행동인가?"를 묻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한 영웅은 통쾌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차갑게 현실을 보여주는 성장의 단면인 것 같고, 가볍게 소비하기보다는 한 번쯤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 정보
공개: 2022년 11월
플랫폼: Wavve 오리지널
원작: 네이버 웹툰 약한영웅
연출: 유수민
주연: 박지훈 최현욱 홍경
회차: 8부작
장르: 학원 액션 드라마
본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학교 폭력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바탕으로 심리전 중심의 액션을 전개하는 청소년 드라마입니다. 기존 학원물의 전형적 힘 대 힘 구조와 달리 전략과 두뇌 싸움이 핵심 서사로 작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