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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경청 리뷰 (개인 감상평, 기본 정보, 줄거리, 주제와 특징, 평가 등)

by neonpine 2026. 3. 16.

경청

개인 감상평

우연히 접하게 된 책입니다. 길 가다가 만난 작은 책방에서, 선물같이 찾아온 책인데요. 별 기대 안 하고 읽었는데 이렇게 잘 읽힐 수가! 3일 만에 다 끝낸 책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잘 읽혔을까 생각을 해보면, 내가 삶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댔을때 했던 행동들, 내가 동물에 기대어 다시 삶을 살아가게 되었던 모습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이미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위로를 받게 된 책입니다. 어쩌면 내가 겪어낸 시간들이, 그 당시에는 나만 겪는 불행이라고 느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인생에 한 번쯤은 겪는 아픔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겨내는 법을 널리, 이런 책들을 통해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소설의 주인공 임해수는 삼십 대 후반의 유능한 심리 상담 전문가입니다.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분석하고 올바른 조언을 건네는 일에 자부심을 느껴왔으며, 스스로의 감정 또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집니다. 유명 상담사였던 그녀는 순식간에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직장을 잃은 채 고립됩니다. 세상으로부터 '취소(Cancel)'당한 해수는 매일 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며 억울함과 변명을 반복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길고양이 '순무'를 구조하게 되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 '세이'를 만나게 됩니다. 해수는 아무런 조언도, 판단도 할 수 없는 대상인 고양이와 소녀를 관찰하며 비로소 자신의 오만함을 깨닫습니다. 누군가를 고치거나 가르치려 했던 과거의 태도에서 벗어나, 그저 곁에서 묵묵히 시간을 견디고 소리를 듣는 과정을 통해 그녀는 멈췄던 자신의 삶을 조금씩 복구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소설이 '판단'이 얼마나 빠르고 잔인한지를 경고하는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사회는 해수에게 끊임없이 '가해자' 혹은 '악인'이라는 낙인을 찍고 반성을 강요하는데, 작가는 해수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누명을 썼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거든요. 대신 저는 스스로 "우리는 누군가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성급한 판단 대신 '침묵의 시간'을 쌓아가는 법을 제안합니다. 사실 저는 침묵이야 말로 누구에나 필요하고 또 겪어 나가야만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침묵 뒤에는 반드시 배움이 오고 꺠닳음이 오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용기가 이 책에 잘 녹아져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또 느낀 점 하나는, "경청의 역설" 을 느꼈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직업이었던 상담사가,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 놓이며 '경청'의 무게를 재조명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 주제가 더 큰 의미와 무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제목까지도 경청인 것으로 보아서요. 경청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하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사람들 말을 많이 들어주는 쪽에 속합니다. 물론 그 이유는 굳이 사회에 나가서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요. 저 개인에게 있어서 경청의 역설은 이 부분입니다. 내가 말을 하기 싫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을 듣게 되는 것, 그리고 언어로 소통하지 않아도 되는 저의 애완견과 가장 큰 유대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인간의 언어가 서로를 할퀴고 오해를 낳는 도구가 된 세상에서, 그저 먹을 것을 주고 곁을 지키는 행위만이 진정한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로 타인을 설득하려 했던 해수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고양이 '순무'의 등장은 상징적이고, 해수가 고양이 순무를 구조하고 소녀 세이를 도우려 애쓰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가장 절실하게 구조받고 있는 사람은 해수 자신이라는 점 또한 위에서 얘기한 경청의 역설처럼 역설적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경청하는 행위가 결국 자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동력이 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아름다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 정보

저자: 김혜진 (1983년생, 대표작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등)
출간 연도: 2022년 (민음사)
장르: 현대 소설 / 장편 소설
주요 특징: 2012년 등단 이후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는 김혜진 작가가 『딸에 대하여』를 통해 보여준 '이해의 불가능성'을 넘어, 이번에는 '판단하지 않고 곁에 머무는 태도'인 경청(傾聽)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문학계의 평가 및 의의

문학계에서는 이 작품을 "김혜진 소설 세계의 확장"이라 평가합니다.

"사회적 조리돌림에 대한 날카로운 보고서":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누군가를 쉽게 재단하고 매장하는 현대 사회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를 상담사라는 직업적 배경을 통해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절제된 감정 묘사의 미학": 작가는 주인공의 억울함을 감정적으로 쏟아내지 않습니다.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인 문체를 유지하며 독자가 주인공의 고통을 서서히, 그리고 깊숙이 느끼게 만듭니다.
"진정한 경청의 의미를 묻다": 상담사가 상담사라는 직위를 잃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듣기가 시작된다는 아이러니는 문학적으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김혜진 작가의 또 다른 책, 딸에 대하여와 비교

무엇이 닮았을까?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 두 소설 모두 우리 사회의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성소수자, 치매 노인, 사회적 낙인이 찍힌 사람 등)을 다룹니다.
냉정하고 건조한 문체: 작가는 감정 과잉 없이 상황을 아주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묘사합니다. 그런데 그 무덤덤함이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더 아프게 찌르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해'에 대한 질문: "우리가 정말 남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다를까?

《딸에 대하여》는 '경계'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평생 옳다고 믿어온 세계관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딸 사이의 높은 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지, 혹은 그 벽을 둔 채 어떻게 같이 살 것인지를 다룹니다.


《경청》은 '회복'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무너진 한 사람이 타인의 아주 작은 목소리(고양이 울음소리, 이웃의 하소연 등)를 듣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다시 삶의 의지를 찾아가는지에 집중합니다.


《딸에 대하여》: 가족 간의 가치관 차이로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거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자 '노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싶은 분; 《경청》: 타인의 시선이나 말 한마디에 깊은 상처를 입어본 적이 있거나, 진심 어린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분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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