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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H마트에서 울다 리뷰 (감상평, 기본 정보, 주제, 시사점)

by neonpine 2026. 2. 25.

책 표지

개인 감상평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뮤지션 미셸 자우너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써 내려간 회고록입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며 늘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을 경험합니다. 어머니는 엄격했고 기대치가 높았으며 특히 딸이 한국 문화를 잊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 사회에서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한국적 정체성을 숨기려 했고 모녀간의 긴장은 점점 깊어집니다.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관계는 급격히 변화합니다. 병상에서 두 사람은 음식과 기억을 매개로 다시 연결됩니다. 김치찌개 미역국 갈비찜 같은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사랑과 문화 정체성의 언어가 됩니다.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저자는 H마트의 식품 코너에서 한국 음식들을 보며 통곡합니다. 그곳은 단순한 마트가 아니라 상실된 어머니와 연결되는 마지막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회고록이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중심에 두지만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음식을 배우고 만들고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애도의 과정이자 자기 이해의 과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후회’였습니다. 물론 저는 너무 감사하게도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 부모에게 잘하지 못한 후회(도 물론 있지만)보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후회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부모와의 관계를 현재형 갈등으로 소비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언젠가 종료되는 관계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상기시키기 때문에, 이것을 충분히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제 스스로가 후회되었습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사랑을 미화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어머니는 이상적인 존재로 그려지지 않고, 때로는 폭력적일 만큼 엄격했고 감정적으로 거칠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는 저자의 정체성을 형성한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모순을 인정하는 용기가 이 책의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슬픔을 감정적으로 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H마트의 통로, 진열된 반찬, 냉장 코너의 김치 용기 같은 디테일이 독자를 감정 속으로 끌어들였고, 그래서 눈물이 억지스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그것은 이민 2세의 문제를 넘어 현대인의 보편적 감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공동체 안에서 부분적으로만 이해받는 존재이고 저 또한 살아오면서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기 때문인데요. 저는 2세는 아니지만 해외 생활을 다양하게 많이 해왔고, 그때마다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을 계속해서 느껴왔습니다. 학교에서도, 공동체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따지지 않고 저는 항상 완전히 속하지 못함을 느껴왔습니다. 저는 이 감각을 들여다볼 생각도, 시간도 없어서 지금까지 껴안고 살아왔는데, 이 책은 위로를 직접적으로 건네지 않는 대신 주인공이 상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응시의 끝에서 비로소 자신을 더 또렷하게 보게 하는 방법으로 저에게 "너도 너의 정체성을 잘 들여다봐, 너만의 무엇이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어머니와의 관계나 가족관계를 다루는 책이나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제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고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이 또한 피하지만 말고 정면으로 응시해봐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 정보

저자: Michelle Zauner
출간 연도: 2021년
장르: 회고록 Memoir
원제: Crying in H Mart
배경: 미국 오리건 한국 서울

주제

이 작품의 핵심은 상실과 정체성입니다. 부모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이 책은 ‘이중 문화 정체성’을 가진 개인의 상실을 다룹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단순히 가족을 잃는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 연결된 세계가 사라지는 경험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저자는 사랑과 갈등이 동시에 존재했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어머니는 따뜻한 존재이면서도 두려운 존재였고 자랑스러운 뿌리이면서도 부담스러운 기준이었습니다. 이 복합적인 감정 구조가 책의 진짜 핵심입니다. 상실은 이상화된 존재를 잃는 일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을 더 이상 이해할 기회조차 잃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음식입니다. 음식은 기억을 저장하는 장치이자 문화의 매개입니다. 미셸 자우너에게 한국 음식은 사랑의 표현이었고 동시에 억압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는 부담이었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는 가장 절실한 연결 고리가 됩니다. 따라서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기억을 복원하는 매개이고, 김치와 미역국은 조리법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저자가 한국 음식을 배우고 만들며 애도하는 과정은 상실을 견디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기억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삼키는 행위로 되살아납니다.

 

이 책은 완벽하지 않은 모녀 관계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사랑과 원망은 동시에 존재합니다.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후회 그리고 이해하려는 늦은 노력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문체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감정 표현이 절제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날것 그대로의 문장들이 독자를 불편하게도 하지만 그 진솔함이 이 작품의 힘입니다. 문학적으로 과장하기보다 경험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이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험을 주류 문학 시장에 강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문화적 의미가 큽니다.

시사점

이 책이 2020년대에 강하게 공감받은 이유는 다문화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진 시대적 맥락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환경 속에서 자라는 세대는 ‘한 가지 정체성’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 혼란을 감정적으로 설득합니다.

또한 애도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시간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이 책은 기억을 복원하는 행위가 곧 치유임을 보여줍니다. 음식이라는 일상적 행위가 깊은 상실을 다루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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